사실은 사투리였던 서울말
'애기야 가자 → 아기야 가자'
'나쁜 기집애 → 나쁜 계집애'

[사진 = pixabay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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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EPN 교육정책뉴스 왕보경 기자] 서울 사투리는 서울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을 말한다.

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어조는 통통 튀는 분위기를 자아낼 때도 있고, 독특한 억양으로 뇌리에 박히기도 한다. 경상도, 전라도, 충청도 등 다양한 지방의 특색 있는 말투는 누구나 사투리라고 인식한다.

그런데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사투리가 하나 더 있다. 바로 '서울 사투리'이다. 사투리라 하면 표준어와 다른 지역의 특색 있는 어조나 단어를 이야기 한다. 서울말을 표준어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'서울 사투리'라니 무슨 말일까?

서울말이 표준어의 근간이 되기는 하지만 서울말도 방언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.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의미한다. 모든 서울말이 다 표준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. 넓은 의미에서 서울말은 경기 방언 중 하나가 될 수 있기도 하다. 

사실 서울말의 70% 이상이 현대 표준어의 근간이기도 하고, 이미 익숙해진 탓에 서울 사투리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. 특히 자음은 표준어를 포함한 다른 방언과 큰 차이가 없다.

그러나 사투리라는 인식을 못 한 것일 뿐 표준어와 다르게 쓰이는 서울 사투리들이 존재한다. 특히 서울 사투리는 음운에서 표준어와 큰 차이를 보인다. 우선 '전설모음화 현상'이 발생한다. 아기를 '애기'로, 참기름을 '챔기름', 창피하다를 '챙피하다'로 발음하는 것은 모두 서울 사투리이다. 

단어의 앞 음절 'ㅏ'가 뒤 음절 'ㅣ' 만나 'ㅐ'로 발음되는 현상도 서울 사투리이다. 이중 모음을 단모음으로 바꿔 발음 하는 '단모음화 현상'도 발생한다. 계집애를 '기집애'로 발음하거나 옛날을 '엣날'로 발음하는 것이 그 예이다. 

다른 지역과 달리 첫 음절에 강세를 두고 발음하는 것도 서울 사투리만의 특징이다. 조그맣다를 '쪼그맣다'로 발음하거나, 가루를 '까루로' 발음하는 '어두 경음화 현상'이 두드러진다. 첫 음절뿐만 아니라 단어 중간이나 마지막의 발음에 강세를 주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. 창고를 '창꼬'로 발음하거나, 교과서를 '교꽈서'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말이다.

'ㅗ'를 'ㅜ'로 발음 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. 젊은 서울 시민들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화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발음이다. 그리구를 '그리구'라고 발음 한다던가, 하려고를 '하려구'처럼 모음 조화를 파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. 

'ㅏ'를 'ㅓ'로 발음하는 모음 조화 파괴 현상도 나타난다. '바빠서'를 '바뻐서'라고 발음하거나 '잡아'를 '잡어'로, '깎아'를 '깎어'로 나타내는 것 모두 서울 사투리의 한 종류이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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